천 개의 물건, 만들 수 없는 하나
남의 것을 설명하던 십 년에서, 내 것을 만드는 쪽으로
십 년 동안 천 개쯤 되는 물건을 소개했다. 미국과 일본, 대만 같은 곳에서 테크와 아이디어와 디자인 제품을 가장 먼저 현지의 소비자 앞에 놓고, 이 물건이 왜 멋진지를 설명하는 일이었다. 나중에는 한국의 패션과 화장품, 디저트를 일본의 팝업스토어에 세웠다. 진열대에 물건을 놓고, 조명을 맞추고, 지나가던 사람이 걸음을 멈추고 손에 들어보게 만드는 일이었다.
다만 그 천 개 가운데 내가 만들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팝업스토어의 진열대 앞에 서서 그 사실을 문득 떠올린 날이 있었고, 그게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그 일을 하면서 얻은 것도 있다. 모르는 분야라도 며칠 들여다보면 개념과 흐름은 잡힌다. 그것으로 한두 시간 강의도 할 수 있다. 이론상으로는. 그래서 그 분야를 아느냐고 물으면, 안다. 그 분야의 전문가냐고 물으면, 아니다. 개념과 프로세스를 빨리 정리할 줄 알 뿐, 말로 옮겨지지 않는 실제의 어려움은 모른다. 책으로 사랑을 배운 사람이 연애를 아는 것과 비슷한 정도로 아는 것이다. 그런 앎이 진짜 아는 것일까. 그 질문을 오래 미뤄두는 동안, 남의 것을 평가하는 눈은 날카로워졌고, 내가 뭘 잘하고 뭘 좋아하는지, 그리고 뭘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은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사업 모델을 찾는 정석은 안다. 시장을 먼저 보고, 그 시장의 불편을 찾고, 그것을 푸는 서비스를 만들라는 것.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두 가지 질문이 남는다. 내가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문제를 내가 풀 수 있을까. 그리고 수요가 보이는 문제를 과연 나만 풀고 있을까.
그래서 언스택드는 반대쪽에서 시작하기로 했다. 내가 관심 가는 분야를 실제로 해보고, 거기서 막히는 지점이 나오면 기존의 해법이 있는지 먼저 찾아본다. 없으면 만들어 본다. 그 과정을 기록하고, 필요한 사람에게 공개한다. 무료로 열어도 되지만, 돈을 받아도 부끄럽지 않은 완성도까지는 가보고 싶다. 그게 유일한 야심이다.
세상에 나 같은 사람이 딱 나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 정말 그런지는 아직 모른다. 잘 되면 다행이고, 안 되면 그것도 하나의 답이다. 다만 어느 쪽이든 과정은 남는다. 무엇을 만들려 했고, 어디서 막혔고, 그것을 어떻게 풀었는지가 시간 순서대로 여기에 쌓인다.
십 년 동안 남의 물건을 설명했으니, 이제 내 물건을 설명할 차례다. 그 설명이 얼마나 길어질지, 나도 궁금하다.